책읽기

[야사와 만화로 배우는 인공지능](권건우, 허령 著, 2020)

Pega_ 2025. 7. 7. 00:37

● 라스코 벽화

- 프랑스 라스코에 있는 동굴에는 구석기시대 인류가 남긴 벽화가 그려져 있다.

- 들소와 사슴을 닮은 여러 동물들과 함께 활로 이 동물들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.

-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며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고 하나, 역동적인 모습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.

- 연구실 내 자리 뒤에도 비슷한 목적의 걸개그림 하나가 꽤 오래 걸려 있었다.

- 야사와 만화로 배우는 인공지능에서 부록으로 만든 인공지능 계보도.

- 천에 인쇄되어 몇 번의 자리 재배치에도 불구하고 떼었다 붙였다 하며 가지고 다니고 있다.

- 인터넷에 연재되던 만화(링크)를 너무 재밌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벤트에서 당첨됐을 땐 너무 기뻤고,

- 배송된 계보도를 벽에 붙일 땐 속으로 기도를 했다.

- "저에게 기운을 주세요"

 

● 분야의 역사

- 몇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지만, 인공지능을 원해서 시작하지 않았다.

- 컴맹은 아니지만 얼리어답터와 거리도 멀고,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 하던 일을 제대로 하고 싶어한다.

- 운명의 장난이 겹치면서 어쩌다 소속 집단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을 맡기는 사람 포지션이 되었고

- 유년 시절을 포함한 인생의 거의 모든 궤적에서 "1기", "1회"가 징크스처럼 따라붙고 있다. 

- 그리고 어느덧 물어볼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할 때, 해당 분야의 역사를 먼저 보는 습관이 붙었다.

- 인류는 과거에 어떤 일을 하다가 여기로 흘러왔나,

- 변곡점의 순간에 있었던 인물들은 누구고 어떤 계기로 변침을 했나.

- 위키피디아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들을 시간순으로 머리에 넣다 보면 나름대로 흐름이 보였다.

- 흐름이 보이면 이 시점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,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실패는 무엇인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.

 

● 인공지능의 역사

- 늘 그렇듯 인공지능을 갑자기 공부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.

- 김성훈 교수님을 유튜브에서 뵙고 앤드류 응 교수님을 코세라에서 뵈면서 시작한 공부는

-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 사전을 뒤지는 기분으로 대체 이건 누가 만든 거야를 되뇌며 검색을 반복하게 됐는데,

- 그러다 만난 이 만화는 너무 반가웠다.

- 재미있고, 불충분하게 엮인 점들을 촘촘히 이어주고, 심지어 개념 설명까지 쉽게. 최고였다.

- 비슷한 시기에 만났던 <야밤의 공대생 만화>(링크)도 같은 이유로 너무 좋아했고,

- 언젠가 남의 책장에서 집어들었다가 휘리릭 읽어든 <하룻밤의 지식여행: 양자론>(링크)은 곧장 주문했다.

 

● 인물 중심의 역사

- 역사서라는 책이 그렇게 쓰여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

- 내게 역사는 현재를 있게 한 토양이자, 현재도 미래 입장에선 역사라는 점에서 갈 길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된다.

- 특히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데,

- 이 역시 역사서라는 책이 그렇게 쓰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

-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누군가가 역사의 방향을 바꾼다고 믿고 있고

- 이런 사람들이 여러 명이 모여서 하나의 큰 흐름이 생긴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,

-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는 분야에 등장하는 여러 개념을 외우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

- 그 개념들이 쌓여오고 소멸해가며 변화한 흐름에 올라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.

 

● 주말 독서삼매

- 일요일, 멀쩡히 집중해서 읽고 있는 책들을 놔두고 일종의 사고(?)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.

  (이 책들에 대한 독후감도 곧 올릴 예정이다)

- 간만에 손가락으로 표지를 훑으며 서가 앞을 서성이다가 반가운 이름을 보고 곧장 대출을 했다.

- 온라인에서 이 만화를 보던 몇년전의 내가 떠오르기도 했고,

- 그 때와는 달리 생성AI가 넘쳐나는 이 시기에 흐름을 한번 다시 짚어보고 싶기도 했다.

- 잠시 즐거운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 들면서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.

- 세상이 너무 빠르게 많이 변했고, 나도 마찬가지다.

 

● 인공지능 계보도는 지금은 붙어있지 않다.

- 솔직한 이유는, 연구실 이사 후 정리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서 붙일 기운이 남지 않아서다.

- 회의실로 쓰이던 현재의 내 연구실 한쪽 벽에 테이프의 접착성분이 가득했던지라,

- 도를 닦는 심정으로 여러 칸으로 이루어진 연구실 벽을 하루에 한 칸씩 청소하는 세월이 길었다.

- 한참동안 접착제를 벽에서 떼어냈더니 뭘 붙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.

 

- 그래도 한켠에 잘 개어져 있는 계보도를 보면서 그치, 이젠 독립해야지. 내 이름을 써야지. 하는 생각을 한다.

- 영문 약어를 만든 뒤에 풀 네임을 붙이는 수많은 프로젝트처럼 선 결과 후 이유만들기이지만,

- AI 분야의 유년시절에서 독립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.

- 적당한 기회에 좋은 분께 양도할까 싶다.

 

p.s. 1권과 2권을 연달아 읽고 약간의 들뜬 감정에 빠져있었는데,

이 글을 쓰고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3권도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.

도서관에 다시 가야 하나. 아니면 온라인으로 충분한건가.

종이를 잡고 넘기는 그 느낌이 좋은데.